요즘 출시되는 국내외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집 식구들의 충실한 운반수단으로 수고해줬던 94년식 세피아가 이제는 숨을 헐떡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언제 길한복판에서 멈춰설지 불안해져서 새로 구입할 차로 어떤 것을 고를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카의 다음 순서라고 얘기되는 전기자동차의 미래와 이것이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생각해보곤 한다.
전기자동차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줄 것이라고 하는데, 진짜로 그럴까 하는 생각부터 들곤 한다. 왜냐고? 아직 OECD라고 하는 나라들조차 화력발전 비율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략 30~40% 수준, 심지어 호주 같은 나라는 80%가 석탄을 때서 생산된 전기라고 한다.

생각해보자. 에너지는 단계를 거칠수록 손실이 발생하며 효율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필자가 관련 전문지식이 없어서 이렇다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기름으로 전기를 만든 다음 그 전기로 자동차를 가게 하는 것보다는 기름을 직접 때서 자동차를 가게 하는 것이 더 에너지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에너지 사용이 효율적이지 않다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 배출이 추가로 이루어지겠는가? 더구나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의 경우 전기가 송전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자료들을 본 적이 있다. (하이브리드는 이 원리로만 따지면 에너지 효율적이다. 엔진을 돌릴 때 그냥 버려지는 에너지를 충전지가 흡수하여 다시 동력으로 쓰게끔 해주므로. 그렇지만 여기서는 전기자동차 얘기만 하겠다.)
물론 전기자동차는 사용할 때 매연이 안나온다는 점에서 “깨끗한 차”로 어필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 문제는 그 뒤에 있는 에너지의 원천, 송전되는 방법, 이용하는 방법까지 폭넓게 생각하지 않으면 자동차 마케팅에만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법은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만 부으면 계속 갈 수 있는 자동차 같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같은 대안을 찾으려 하는 것일게다.
먼저, 전기 발전의 원천을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 쪽으로 다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화석 연료의 사용 비율을 줄여야 전기자동차에 제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자력은 꺼려진다. 만일의 경우를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수력 발전…. 이것도 환상이 깨진지 오래다. 자연환경 파괴라는 어마어마한 댓가가 기다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너무 좋지 않은가? 다같이 좀더 노력하면 더 깨끗한 에너지를 쓸 수 있다.) 둘째로, 송전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져서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같은 노력들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전기자동차가 전세 계적으로 대중화된다고 생각할 때, 특히 화력발전 비율이 높은 중국, 인도에 엄청나게 보급된다고 생각하면 증가되는 탄소배출량은 아찔할 정도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미 너무 복잡해져서, 어느 한 가지만 생각해서는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혁신적인 돌파방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on 2010/03/09 at 0:55 1.김차장 said …
저역시 미국 체류시절, H사의 하이브리드카와 T사의 하이브리드카를 놓고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T사의 하이브리드카는 워낙 차를 사려던 대기자가 많아 (캘리포니아 지역)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높았던 상황이었죠. 물론 은근슬쩍 높은 하이브리드카의 가격을 상쇄하려면 꽤 오랜기간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결론 끝에 일반 개솔린 차를 사긴 했지만, 지금도 하이브리드카 혹은 전기차에 대한 미련은 뭉게구름처럼 피어 오르곤 한답니다. 언젠가 세상이 좀 더 똑똑해 진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개솔린 차에 물만 넣어도 알아서 쌩쌩 달려준다면 정말 좋겠다는 바램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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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2010/03/25 at 21:21 2.이상준 said …
다 읽어본 것은 아닌데요. 전기로 가는 자동차가 분명히 기름으로 가는 자동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줄 것 같은데 사실확인 부탁드릴께요. 화력발전소에서 기름으로(사실 석탄이지만) 전기를 만드는 효율이 아주 높다면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이 기름으로 가는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보다 좋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 수 도 있는 것이거든요. 아무래도 기름으로 가는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은 기술적인 한계가 많기 때문에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해도 여러가지 제약 사항이 있구요. 또 신재생 에너지가 발전이 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가장 믿음직한 발전 양식은 여전히 화력, 원자력 입니다. 30년 후에도 화력 발전 비중은 크게 줄지 않을 것 같네요. 화력 발전 관련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깐 관심 있으시면 찾아보시면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유망하다는 것 알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지나가다 요즘 관심갖고 있는 내용이 있어서 댓글 달았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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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2010/07/16 at 9:57 3.와호장룡 said …
백열등 님의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저감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을 저도 가졌었습니다.
만약 전기를 모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에서 생산한다고 가정하고, 발전소 발전기의 효율이 자동차 엔진의 효율과 비슷하다고 할 경우, 백열등님의 의견처럼 전기 자동차는 송전 효율과 전기 모터 자체의 손실을 고려하면 결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나을 수 없겠죠. (물론 자동차 제동 중 손실되는 에너지를 일부 충전에 사용하면 어느 정도 보상이 되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환경 보전을 전기자동차에 걸고 있음을 보면, 위의 상식이 어딘가 오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가져 봅니다. (당연히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전기자동차가 이산화탄소 저감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추진했겠지요.)
저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여기 저기 찾아 보니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1) 발전소의 발전 효율은 약 33% 정도이다.
(2) 미국의 경우 송전 손실률이 약 9.5%이며, 따라서 전기자동차 직전까지 효율은 30%이다.
(3) 전기자동차 자체의 효율이 약 70-80% 이므로 최종 효율은 21-24% 정도이다. (충전 효율에 대한 언급이 없더군요.)
(4) 가솔린 자동차의 최적 조건에서 일정 부하시 효율은 약 30%이나, 실제 운용 가변 부하 조건에서는 약 16% 정도이다.
따라서 전기자동차가 약 5% 정도 더욱 효율적이다.
여기서 핵심은 발전소의 효율이 자동차 엔진에 비해 거의 2배 가량 높다는데 있는 듯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는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발전소의 경우 예상되는 부하에 맞추어 항상 최적 조건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내연기관의 효율이 계속 좋아지는 점 (특히 디젤 엔진의 효율 향상 속도)을 고려하면 오히려 전기 자동차보다는 기존 엔진의 개량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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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등 Reply:
2010/07/17 at 1:00
와호장룡님 상당히 치밀한 자료 놀랍습니다 ^^. 그냥 평소에 몇번 생각해본 것을 정리만 했을 뿐인데, 제 글에 많은 관심 보여주시고, 이렇게 단계별로 추론할 수 있는 자료까지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더 걱정되는 것은, 전기자동차가 늘어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할 축전지 문제인데요, 중국/인도 등지에서 규제를 피하면서 생산될 수많은 축전지들을 상상하면, 에휴… 더이상 생각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