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반기는 것은 조무래기같은 어린 딸들의 환호성도 있지만, 그 뒤에 어렴풋이 보이는 종종 쓸데없이 켜져 반기는 집안의 불빛들도 있다.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아주머니께 조심스레 부탁을 드려도, 정신없이 아이들 돌보면서 자기 집 마냥 살피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듯 싶어 살짝 포기한 것도 사실이다.
부지런히 안쓰는 방의 불들을 끄고 나니, 방바닥이 미지근한 느낌이다. 날이 더워 방바닥도 데우나..
혹시나 해서 온도조절기를 보니 설정 온도 섭씨 36도를 목표로 열심히 난방이 돌고 있었던 것. 그냥 두어도 섭씨 30도가 넘는 염증에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누가 이런 짓을…하던 차에 놀고있는 두딸이 눈에 들어온다. 온도조절기 사용법 전혀 모르는 아주머니는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신 듯 하고, 아이들에게 다시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그다지 맘이 놓이진 않는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 겨울철의 아파트 관리비는 여름철 관리비의 두배에 가깝다. 기초체온이 남들보다 높고 갑상선에 시달리는 내가 다른 식구들에 비해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난방비 절약은 참 힘든 일이다. 웃기는 것은 난 춥다고 침대 위에 전기장판까지 깔고 솜이불 덮고 누우면, 남편은 이불을 걷어차고 우리 애들은 얇은 이불을 덥고 땀을 흘리고 있기 일쑤다. 그래도 온도조절기 운전사인 내가 추우니 그 적정선을 찾기는 항상 실패이다.
예전에는 그러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아파트 관리비는 아이들의 육아를 위한 비용과 교육비가 부담이 증가해갈수록 스스로 풀어야할 과제중 하나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집 에너지의 쓸데없는 낭비요소를 제거할까를 생각해보지만, 하루종일 남의 손에 집을 맡기고 나가있는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게 답답할 뿐이다. 맞벌이 주부로서 개인적으로 스마터 빌딩이란 기대를 갖는 이유이다. 내가 눈을 부릅뜨고 봐도 잘 보일까 말까하는 에너지 낭비요소를 찾아 자동적으로 제어하고, 가족들의 생활패턴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를 최적화하여 분산 관리해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총 소모되는 에너지의 40%가 빌딩에서 소모되고 있는 것이며, 그를 통해 배출되는 그린하우스 가스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처럼 좁은 공간에 많은 인구가 부지런히 북적이면서 사는 나라에서는 그 빌딩의 에너지 소모량이 더하지 않을까. 물론 그 빌딩에는 넘쳐나는 고층 아파트들도 큰 비중을 차지할테고. 어떻게 하면 이런 빌딩들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절감할까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일은 아닐 듯 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술과 기기들의 발달로 낭비의 요소를 찾아낼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의 역량이 강화되었고, 그를 토대로 최적의 에너지소모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관리,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파트 또는 대학, 대단지 정부 기관 등 에너지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소모하는 집합체들을 필두로하는 스마터 빌딩으로의 전환은 장기적으로 많은 혜택을 불러올수 있을 것이다. 비용 절감을 뿐 아니라, 에너지와 환경 보존에 이르기까지 그 혜택의 범위는 매우 이상적이기만 하다. 문제는 그 실현은 집합체들의 변화를 이끄는 정부나 기업 등의 빌딩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되어야 속력을 낼 수 있는 변화라는 점이다. 단기적인 이익과 성과를 떠나 장기적인 시각과 공익의 개념의 접근이 함께 되여야 추진될 수 있는 변화인 것이다.
스마터 빌딩의 혜택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제거해줌으로써 당장 근시안적으로 우리집 아파트 관리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란 즐거운 상상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대가 더 무겁게 짋어질 수 밖에 없는 에너지와 환경 걱정을 덜어주기를 바래본다.





